'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를 읽고,
이미 객체지향 설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며 이를 능숙하게 다루는 개발자들이라면 한 번만 읽어도 쉬이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나의 경우 얕은 숨으로 한 번, 깊은 숨으로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읽고 나서야 '이해하며 읽었다' 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깊게 완독하며 정리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읽는다는 마음으로 또 내가 이해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해당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다.
혹여나 이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객체지향에 대해 쉽고 깔끔하게 정리된 책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흔히들 클래스가 객체 지향의 핵심이며 객체지향이 현실세계의 모방이라고들 얘기하지만, 저자는 이 두 가지가 객체지향의 '오해' 에 속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객체지향의 '사실' 은 무엇일까?
객체
객체는 상태state와 행동behavior, 식별자identity를 지닌 실체이다.
객체는 협력적임과 동시에 자율적이어야 한다. 객체는 다른 객체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다. 요청에 응할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지는 모두 객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객체의 자율성은 객체의 내부와 외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객체는 다른 객체가 무엇을 수행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객체의 사적인 부분은 객체 스스로 관리하고, 외부에서 일체 간섭할 수 없도록 차단해야 한다. 또 객체의 외부에서는 접근이 허락된 수단을 통해서만 객체와 의사소통해야 한다. 이 의사소통 수단을 메시지라고 한다.
객체지향의 기본 사상은 상태와 상태를 조작하기 위한 행동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것이다.
객체는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서만 상태가 변경되는것을 보장함으로써 자율성을 유지한다. 객체의 행동은 객체의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객체의 행동은 상태를 변경시키지만 행동의 결과는 객체의 상태에 의존적이다. 예를 들어 키가 작아지는 음료를 마시는 행동을 하고난 후의 앨리스의 키는 행동 이전의 앨리스의 키보다 작아져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객체는 다른 객체와 메시지를 통해서만 의사소통할 수 있다. 하나의 객체는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다른 객체에 접근할 수 있다. 즉, 객체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객체가 외부로부터 수신한 메시지이다. 객체는 수신된 메시지에 따라 적절히 행동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변경한다.
객체는 협력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상태뿐만 아니라 다른 객체의 상태 변경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앨리스가 키가 작아지는 음료를 마시면, 앨리스 자신의 키가 작아지는 동시에 앨리스가 먹은 양 만큼 음료의 양이 줄어든다. 앨리스의 행동이 자기 자신의 상태 뿐만 아니라 음료의 상태까지 변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객체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관리하는 자율적인 존재이므로, 음료라는 객체는 앨리스에게서 음료를 마셨다는 요청의 메시지를 전송받으면 그때에 자율적으로 상태를 변경할 것이다.
메시지는 메시지 이름message name 과 인자argument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송할 때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경우 인자를 통해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수신자는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메시지에 실려있는 인자를 사용한다.
객체는 수신된 메시지를 자신만의 방법에 따라 내부에서 처리한다. 이를 메서드method 라고 부른다. 메서드는 클래스 안에 포함된 함수 또는 프로시저procedure를 통해 구현된다. 즉, 어떤 객체가 메시지를 받으면 결과적으로 메시지에 대응되는 특정 메서드가 실행된다.
메시지와 메서드의 분리는 객체들 간의 자율성을 증진시킨다. 서로 다른 타입에 속하는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한 경우, 각 객체들은 서로 다른 메서드를 이용하여 메시지를 처리한다. 이것이 다형성이다. 다형성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타입의 객체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송신자의 관점에서는 다형적인 수신자들을 구별할 필요가 없으며 송신자는 수신자의 종류를 모르더라도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메서드로 메시지를 처리하더라도 이들은 동일한 책임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다형성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타입에 대한 결합도를 메시지에 대한 결합도로 낮추고, 이를 통하여 어떤 객체와도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즉, 다형성은 동일한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는 객체들 간 대체를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수신자의 종류를 캡슐화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캡슐화란 무엇일까?
캡슐화란 객체의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전달된 메시지이지만 객체의 상태 변경 여부나 변경 방식은 객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캡슐화는 객체의 자율성을 높이고, 객체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협력은 유연하고 간결해진다.
프로퍼티란 객체의 상태를 구성하는 모든 특징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프로퍼티는 변경되지 않고 고정되기 때문에 정적이다. 반면 프로퍼티 값value 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경되기 때문에 동적이다.
프로퍼티는 속성과 링크 두 가지의 조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객체와 객체 사이의 의미있는 연결을 링크라고 한다. 객체간에는 서로 링크가 존재해야지만 요청을 보내고 받을 수 있다. 객체를 구성하는 단순한 값은 속성attribute 이라고 한다.
객체는 어떤 상태에 있더라도 유일하게 식별 가능하다. 식별 가능하다는 것은 객체를 구분할 수 있는 특정한 프로퍼티가 객체 안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프로퍼티를 식별자라고 한다. 값과 객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식별자의 존재 여부이다. 식별자가 있는 객체는 참조객체 혹은 엔터티 라고 부르고 값 객체는 식별자가 없는 일반적인 값을 의미한다.
흔히들 값의 상태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값은 불변immutable 의 상태를 가진다고 말한다. 두 값이 같은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두 값의 상태를 비교해보면 된다. 값의 상태가 같으면 두 인스턴스는 동일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상태를 이용하여 두 값이 같은지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을 동등성이라고 한다. 값의 비교 시 상태를 이용하여 동등성equality을 판단할 수 있는 이유는 값이 불변의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객체는 가변mutable 의 상태를 가진다. 시간/행동에 따라 상태가 변경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입이 같은 두 객체가 있고 두 객체의 상태가 완전히 똑같더라도 두 객체는 독립적인 별개의 객체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두 객체의 상태가 다르더라도 두 객체가 가진 식별자가 같다면 두 객체를 같은 객체로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식별자를 기반으로 객체의 동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을 동일성identical이라고 한다.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객체지향의 핵심은 적절한 책임과 역할을 할당하고, 객체간의 협력을 통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객체의 행동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면서 완수해야 하는 책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객체지향을 설계할 때에는 상태가 아니라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하여야 한다. 상태를 먼저 결정하고 행동을 나중에 결정하는 방법은 캡슐화를 저해시키고 객체를 고립시킴으로써 객체의 재사용성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객체지향 설계란, 객체가 외부에 제공해야 하는 책임을 먼저 결정하고, 그 책임을 수행하는데에 적합한 데이터를 나중에 결정한 후 데이터를 외부 인터페이스 뒤로 캡슐화하는, 어떤 책임이 필요한가를 결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를 책임-주도 설계라고도 한다.
책임 주도 설계의 핵심은 어떤 행위What 가 필요한지 먼저 결정한 후에 누가Who 그 행위를 수행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What/Who 사이클 이라고 한다.
추상화
키스 데블린(keith devlin)은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이 추상화를 구축하고, 조작하고, 추론하는 것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했다.
추상화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지 수단을 의미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여 단순화한다. 여기서 의미하는 취할 것이란 보통 공통적인 특성을 의미한다.
바로 이 공통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객체들을 묶기 위한 그릇을 개념이라고 한다. 개념을 이용하면 객체를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여러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객체란 몇 가지 개념의 인스턴스 덩어리이고 이 객체에 개념을 적용하는 과정이 분류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객체를 분류하는 장치로서의 개념은 심볼, 내연intension, 외연extension 세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먼저 심볼은 개념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내연은 개념의 의미를, 외연은 개념에 속하는 객체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커피라는 개념의 심볼, 내연, 외연을 표현해보자. 커피의 심볼은 말 그대로 커피이며 커피나무에서 생두를 수확하여, 가공공정을 거쳐 볶은 후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의 원두를 섞어 추출하여 음용하는 기호 음료라는 것이 커피의 내연이 될 것이다. 또,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등의 세부 분류가 커피의 외연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도메인에 존재하는 개념들을 구조화하고 단순화하기 위해 다양한 추상화 기법을 사용한다.
분류는 객체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숨기고 인스턴스 간에 공유하는 공통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범주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분류의 역은 범주로부터 객체를 생성하는 인스턴스화 과정이다. 객체를 분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객체를 적절한 개념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객체 지향의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 이 분류를 통해 객체를 보다 더 쉽게 추상화 할 수 있다.
일반화는 범주 사이의 차이를 숨기고 범주 간에 공유하는 공통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일반화의 역은 특수화라고 한다.
집합은 부분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숨기고 부분을 사용하여 전체를 형성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집합의 반대 과정은 전체를 부분으로 분리하는 분해 과정이다. 집합은 내부의 불필요한 세부 사항을 감춰준다는 부분에 있어서 추상화 메커니즘인 동시에 캡슐화 메커니즘이다.
타입과 다형성
타입은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느냐를 판단하기 위해 존재한다. 객체의 타입은 객체의 내부 표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객체가 어떤 타입에 속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이다. 같은 타입에 속한 객체는 행동만 동일하다면 서로 다른 데이터를 가질 수 있다. 동일한 행동이란 동일한 책임을 의미하며, 동일한 책임이란 동일한 메시지 수신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일한 타입에 속한 객체는 내부의 데이터 표현 방식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하고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내부의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동일한 요청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응답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바로 다형성이다.
캡슐화에 의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객체의 내부적인 표현 방식은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감춰진다. 인터페이스 뒤로 데이터를 캡슐화하는 것은 객체 지향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렇다면 왜 타입을 사용해야 할까? 타입을 사용하는 이유는 시간에 따라 동적으로 변화하는 객체의 복잡성을 극복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타입 역시 추상화이다. 타입을 이용하여 객체의 동적인 특성을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화/특수화 관계
타입과 타입 사이에는 일반화/특수화 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 일반화는 분류와 마찬가지로 추상화를 위한 도구이다. 공통점을 강조하는 분류와 달리 일반화는 불필요한 특성을 배제하고 중요한 특성에만 집중하여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도록 한다. 특수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개념보다 범위가 더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화와 특수화는 동시에 일어난다. 일반화/특수화 관계를 결정하는 것 또한 객체의 행동이다. 특수한 타입이란 일반적인 타입이 가진 모든 타입을 포함하지만 거기에 더해 자신만의 행동을 추가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타입은 특수한 타입에 비해 더 적은 수의 행동을 가진다. 단, 특수한 타입은 일반적인 타입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일반적인 타입을 슈퍼타입Supertype, 특수한 타입을 서브타입Subtype 이라고 한다. 슈퍼타입의 행동은 서브타입에게 자동으로 상속된다.
상속은 서브타이핑과 서브클래싱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서브클래스가 슈퍼클래스를 대체할 수 있는 경우 이를 서브타이핑이라고 하고, 대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서브클래싱이라고 한다. 서브타이핑은 설계의 유연성을 목표로 하고 서브클래싱은 코드의 중복 제거와 재사용을 목적으로 한다. 흔히들 서브타이핑을 인터페이스 상속이라고 하고 서브클래싱을 구현 상속이라고 한다.
클래스로 구성된 상속 계층에서 수신된 메시지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슈퍼-서브클래스간의 위임을 사용하는 것이나 클래스가 없는 프로토타입 기반 언어에서 상속은 객체와 객체 간의 관계로 이루어진다. 즉, 프로토타입 기반 언어에서 어떤 타입의 객체를 특정 객체 타입의 특수화로 만들거나 행동을 공유하게 만들고 싶다면 객체와 객체를 상속 관계를 통해 연결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객체를 고려할 때 두 가지 모델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객체가 특정 시점에 어떤 상태를 가지느냐 이다. 이를 객체의 스냅샷이라고 한다. UML에서 스냅샷은 객체 다이어그램이라고도 불린다. 스냅샷처럼 상태가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포착하는 것을 동적 모델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객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상태와 행동을 시점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모델을 타입 모델 또는 정적 모델이라고 한다.
즉, 객체지향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객체 관점의 동적 모델과 객체를 추상화한 타입 관점의 정적 모델을 적절하게 혼용해야 한다.
클래스
정적모델은 클래스를 이용하여 구현된다. 타입을 구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클래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클래스와 타입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타입은 객체를 분류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 중 하나일 뿐이며 클래스 역시 타입을 구현하기 위한 여러 메커니즘 중 하나일 뿐이다. 클래스와 타입을 구분하는 것은 설계를 유연하게 유지하기 위한 바탕이 된다. 실제로 자바스크립트와 같은 프로토타입 기반의 언어에는 클래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프로토타입 언어에서 분류와 인스턴스화는 프로토타입이라는 객체의 복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클래스는 객체가 공유하는 본질적인 속성을 정의한다. 대부분의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객체는 동일한 클래스의 인스턴스여야 한다. 관련된 클래스 집합을 하나의 논리적인 단위로 묶는 구성 요소를 패키지 또는 모듈이라고 한다.
인터페이스
일반적으로 인터페이스란 어떤 두 사물이 마주치는 경계지점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이어주는 방법이나 장치를 의미한다. 사용법을 익히기만 하면 내부 구조나 동작 방식을 몰라도 쉽게 대상을 조작하거나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내부 구성이나 작동 방식만을 변경하는 것은 인터페이스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으며, 대상이 변경되더라도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위에서 객체가 다른 객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메시지의 전송이라 말한 바 있다. 따라서 객체의 인터페이스는 객체가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의 목록으로 구성되며, 객체가 다른 객체와 협력하기 위한 접점이 곧 인터페이스 이다.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지가 객체가 제공하는 인터페이스의 모양을 구성한다.
너무 구체적인 인터페이스보다는 추상적인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이 좋다. 외부에서 사용할 필요가 없는 인터페이스는 최대한 노출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최소 인터페이스minimal interface 라고 한다. 인터페이스를 최소로 유지하면 객체의 내부 동작에 대해 가능한 적은 정보만 외부에 노출할 수 있어 객체의 내부를 수정하더라도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공용 인터페이스와 내부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객체를 구성하지만 공용 인터페이스에 포함되지 않는 구현implementation 으로 구분된다. 객체의 외부와 내부를 분리하라는 것은 결국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와 구현을 분리하라는 말과 동일하다. 공용 인터페이스와 구현의 분리를 위해서는 변경될만한 부분을 객체의 내부에 은닉해야 한다. 이것이 캡슐화이다. 캡슐화를 통해 객체의 상태와 행위를 은닉함으로써 객체를 자율적인 존재로 만들 수 있다. 자율적인 객체는 공용 인터페이스를 수정하지 않는 한 자신과 협력하는 외부 객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내부의 구현을 자유로이 수정할 수 있다. 즉, 외부의 객체는 공용 인터페이스에만 의존해야 하고 구현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여태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해보자.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을 단순하게 만들고 객체의 외부와 내부를 명확하게 분리한다. 외부와 내부를 분리함으로써 책임을 수행하는 내부적인 방법을 변경하더라도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의 대상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즉,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적절하게 추상화되며 결합도가 낮아진다. 인터페이스와 구현의 분리로 인하여 캡슐화가 증진되고 설게의 유연성과 재사용성이 향상된다.
구조
모든 소프트웨어 설계에는 기능과 구조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기능 측면의 설계는 제품이 사용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구조 측면의 설계는 제품의 형태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훌륭한 기능이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충분조건이라고 한다면, 훌륭한 구조는 필요조건이라 볼 수 있다. 훌륭한 설계자는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훌륭한 기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요구사항 변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제공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요구사항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변경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변경을 대비하여 수용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설계에 마련해두어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기능을 사용자의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책임을 수행하는 시스템의 행위로 표현한다면, 구조는 사용자나 이해관계자들이 도메인에 대해 생각하는 개념과 개념들간의 관계로 표현된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유스케이스use case 모델링이라고 하고 후자를 도메인 모델링이라고 한다.
도메인 모델에서 모델이란 대상을 단순화해서 표현한 것을 의미한다. 모델을 사용하면 현재의 문제와 관련된 측면은 추상화하고 그 밖의 관련없는 세부 사항은 무시하여 복잡성을 제거할 수 있다.
도메인 모델의 핵심은 사용자가 도메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해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이다. 도메인 모델은 안정적인 구조를 개념화하기 위해 사용한다. 도메인 모델을 구성하는 개념은 비즈니스가 없어지거나 완전히 개편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개념 간의 관계는 비즈니스 규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정책이 크게 변경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기능적인 요구사항이 변경되어도 책임과 객체간의 대응 관계만 수정되어, 변경에 대한 파급효과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객체와 현실 객체 사이의 의미적 거리를 가리켜 표현적 차이 또는 의미적 차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은 은유를 통해 현실 객체와 소프트웨어 객체 사이의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유스케이스란 사용자와 시스템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흐름을 텍스트로 정리한 것을 의미한다. 유스케이스는 다이어그램이 아니다. 유스케이스의 핵심은 사용자와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일련의 이야기 흐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유스케이스는 하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들의 집합이다. 이 시나리오를 유스케이스 인스턴스라고 한다.
유스케이스는 단순한 피처feature 목록과 다르다.
유스케이스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세부 정보 및 내부 설계와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다. 유스케이스의 목적은 연관된 시스템의 기능을 이야기 형식으로 모으는 것이지 내부 설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의 내부구조나 실행 메커니즘에 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며, 단지 사용자가 시스템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상호작용 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만 기술된다. 이처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배제한 유스케이스 형식을 본질적인 유스케이스라고 한다.
유스케이스와 객체의 구조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존재한다. 유스케이스 안에는 도메인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영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약간의 힌트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별개의 존재인 유스케이스와 도메인은 시스템의 기능을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들의 협력관계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통합된다. 유스케이스로부터 첫 번째 메시지와 사용자가 달성하려는 목표를 받으면, 도메인 모델이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제공하여 실제로 동작하는 객체들의 협력 공동체를 창조한다.
객체지향의 가장 큰 장점은 도메인을 모델링하기 위한 기법과 도메인을 프로그래밍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특성을 연결완전성이라고 한다. 연결완전성의 역을 통해 코드의 변경으로부터 도메인 모델의 변경 사항을 유추할 수도 있다. 이처럼 모델에서 코드로의 흐름을 의미하는 연결완전성과 반대로 코드에서 모델로의 흐름을 의미하는 것을 가역성reversibility이라고 한다.
객체지향
정리하자면 객체지향이란 시스템을 상호작용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로 바라보고 이를 이용하여 시스템을 분할하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은 적절한 객체에게 적절한 책임과 역할을 할당하고, 객체간의 협력을 통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역할은 협력하는 과정에서 부여받는다. 역할은 대체 가능하며,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하거나 여러 사람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바로 이 역할이 객체지향 설계의 단순성, 유연성, 재사용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개념이다. 역할의 가장 큰 가치는 협력에 여러 종류의 객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협력을 추상화하고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객체들이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이 좀 더 유연해지며 재사용성 또한 높아진다.
역할은 협력 내에서 다른 객체로 대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식과도 같다.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객체는 동일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객체로 한정된다. 객체가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협력 에서 역할이 수행하는 모든 책임을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객체지향에서 중요한 것은 정적인 클래스가 아니라 협력에 참여하는 동적인 객체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클래스는 단지 시스템에 필요한 객체를 구현하기 위한 메커니즘의 하나일 뿐이다. 객체지향의 핵심은 클래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아닌, 객체가 협력 안에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올바른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견고하고 깔끔한 협력을 설계해야 한다. 협력을 설계한다는 것인 즉 설계에 참여하는 객체들이 주고받을 요청과 응답의 흐름을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결정된 요청과 응답의 흐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될 책임이 된다. 협력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책임이 결정되면 그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객체를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할당된 책임은 객체들이 외부에 제공하게 될 행동을 결정하고, 결정된 행동은 각 객체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정의한다.
특정한 역할은 특정한 책임을 수행하게 된다.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요청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을 다형성이라고 한다.
협력은 요청request과 응답response을 통해 이루어진다. 협력의 핵심은 특정한 책임을 수행하는 역할들 간의 요청과 응답을 통하여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의 전체적인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개별 객체의 품질이 아니라 여러 객체들이 모여 이뤄내는 협력의 품질이다. 어떤 협력에 참여하는지가 객체에게 필요한 행동을 결정하고, 이 행동이 객체의 상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협력이란 다수의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요청과 응답은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수행할 책임을 정의한다. 그리고 캡슐화에 의해 요청에 따른 상태 변경 여부나 변경 방식은 객체 스스로 결정한다. 책임은 객체지향 설계의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크레이그 라만Craig larman은 객체지향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책임을 능숙하게 소프트웨어 객체에 할당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라만은 객체의 책임을 크게 ‘하는 것doing’ 과 ‘아는 것knowing’ 의 두 가지 범주로 분류하였다. 먼저 하는 것에는 객체가 스스로 하는 것,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 시키는 것, 다른 객체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이 속한다. 아는 것에는 개인적인 정보나 관련된 객체에 관해 아는 것과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아는 것이 속한다. 객체가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가 ‘아는 것’ 이고 객체가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하는 것’ 이다. 이 두 가지 행동을 통해 책임은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게 된다.
객체지향 설계에는 세 가지 상호 연관된 관점이 존재한다.
개념 관점에서 설계는 도메인 안에 존재하는 개념과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다. 명세 관점은 인터페이스를 바라본다. 명세 관점에서는 객체가 협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즉 책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구현 관점은 클래스의 내부 구현을 바라본다. 구현 관점에서는 객체들이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코드를 작성한다. 명세관점과 구현관점의 분리는 인터페이스와 구현의 분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세 관점이 순서대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의미가 아닌, 동일한 클래스를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클래스는 세 가지 관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개념, 인터페이스, 구현을 함께 드러내야 하며 동시에 코드 안에서 세 관점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분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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